우리는 매년 반복되는 뉴스를 보고 있다. 북한이 암호화폐를 해킹했고, 수억 달러를 현금화했으며, 이제는 세계 3위의 비트코인 보유국이 되었다는 보도들. 놀라운 뉴스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지금까지 피해자 인터뷰가 단 한 건도 없다. 털린 거래소, 털린 투자자, 털린 기업—그 누구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뉴스는 매년 갱신되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북한은 해마다 악의 축으로 재포장된다.
이것은 단순한 정보의 왜곡이 아니다. 방치된 거짓말이 제도화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방치는 결국 사회 전체를 무비판의 상태로 몰아넣는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권력자들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믿으라”고 말하는 것으로 국민의 충성을 요구한다.
만약 암호화폐가 그렇게나 불안정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수단이라면 미국은 애초에 거래를 승인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시킨 대표적인 국가이며, 수많은 기업들이 이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는 곧 암호화폐가 신뢰 가능한 시스템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동시에, 북한이 해킹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탈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반복된다. 이 두 입장은 공존할 수 없다.
신뢰 가능한 시스템이 어떻게 걸핏하면 털린다는 것인가?
미국은 스스로를 모순 속에 가두고 있다. 그러나 이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없다. 오직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기 위한 도구로서, 이 뉴스는 매년 생성된다.
만약 이 해킹이 사실이라면, 암호화폐는 이미 거래를 중단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사실이 아닌 것을 믿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고 있는 중이다. 마치 엔비디아의 GPU를 많이 보유하면 AI 선진국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조금 모자란 위정자와 그 국민들 처럼 말이다.
이러한 모순을 지적하고, 거짓말을 파헤쳐야 할 사람들은 누구인가?
바로 젊은 지식인들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모습은 다르다. “어느 편에 서는
것이 내게 유리한가?”라는 계산적 태도, “어차피 바뀌지 않는다”는 염세주의가
그들을 외면하고 침묵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무관심이 문제가 아니다. 민주 사회의 사회적 안전장치가 사라지는 현상이다. 지식인의 침묵은 권력의 독주를 허용하고, 거짓말의 반복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무비판의 사회는 권력자들의 가장 쉬운 먹잇감이 된다.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와 독재는 오랜 시간 “산업화의 출발점”으로 미화되었다. 그 결과, 2025년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시도를 성립시키는 문구로, 국민의 절반이 종북세력이라는 주장을 꺼내들었다. 성공하기만 하면 미화될 수 있고, 경상도민들에게 영원히 추앙 받는 신격화가 가능한 선례 덕분이다. 5·18 광주에서의 발포는 여전히 책임자가 없다. 책임이 사라진 자리에는 폭력이 반복될 수 있는 구조만 남는다. 어떤 짓을 해도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신념이 젊은이들을 침묵하게 한 셈이다.
이 모든 사건은 같은 출발점을 가진다. 잘못을 미화하거나 방치하면, 결국 같은 잘못이 반복된다. 그리고 그 반복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점점 더 무감각해진다.
우리는 지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북한의 해킹, 미국의 모순, 지식인의 침묵, 반복되는 폭력—이 모든 것을 그냥 받아들인다. 그러나 의심하지 않는 사회는 결국 폭력에 무감각한 사회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 사회는 권력자들이 가장 쉽게 지배할 수 있는 사회다.
거짓말은 반복될수록 진실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실은 반복되지 않는다. 진실은 드러나야만 한다. 그리고 그 드러냄은 비판의 언어로만 가능하다.
지금이야말로, 젊은 지식인들이 다시 말해야 할 때다. 계산을 멈추고, 염세주의를 걷어내고,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회복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반복될 폭력의 한가운데에 서게 될 것이고, 그 희생자들은 바로 우리들이다. 다름 아닌 미국의 영광을 위해...